* 2012년 TED에 올라온 한 강연이 참 쉬운 언어로 성을 대하는 바른 태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기에 한번 가지고 와보았습니다. 부디 성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미국에서는 성활동에 대해 이야기를할 때 야구에 비유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너 니 여친이랑 어디까지 갔냐?(How far did you go with your girlfriend?)”라는 질문에 “아직 2루까지 밖에 못갔는데, 조만간 득점할듯?(Still on second base, but I think I might be scoring sooner or later)” 라고 비유적으로 대답한다거나, ‘타자(pitcher)’와 포수(catcher)’로 성활동에 동참하는 사람을 분리/지칭하는 등의 경향성이 그 예시가 될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성활동(섹스에만 국한되지 않는 포괄적인 개념으로서의 sexual activity)을 야구에 치환하는 사고 방식은 굉장히 문제적입니다. 이성애중심적이며 성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경쟁적이고, 목적지향적이기 때문에 건강한 섹슈얼리티 발전을 어렵게 하죠.

영상 속의 Al Vernacchio는 야구를 대신하여 성활동을 표현할 만한 모델로 피자를 제안합니다. 네,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르는 치즈 범벅에 온갖 토핑이 녹아들어가있는 동그랗고 8등분된 맛있는 피자요. ‘야구’라는 모델과 ‘피자’라는 모델을 한번 비교해보겠습니다.

 야구 피자
Trigger for sex activity Batter up! Am I hungry?
What happens during sexual activity Round the bases! What’s your pleasure?
Expected outcome of sexual activity Play to win! Are we satisfied?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

   야구는 보통 언제하죠? 야구 시즌에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의 내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외부적 상황에 의한 것이며, 당신의 독립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거죠. 연인의 집이 비었다거나, 함께 여행을 갔다거나, 다들 으레 20살 쯤 되면 첫경험을 하니까 라거나 – 통상적으로 ‘그런 때에는 보통 섹스를 해’라고 인식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성활동에 임하게 될 수 있다는 거죠. ‘저, 코치님? 오늘은 경기 뛸 기분이 아니에요. 이번 게임은 안할게요’라고 말한다고 그게 먹힐리가 만무하죠. ‘내가 원하는가’보다 다른 이유가 더 큰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야구는 근본적으로 두 팀이 서로를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입니다. 한 쪽은 공격을 하고 한 쪽은 수비를 하는 야구의 구조 상, 함께 한다는 느낌보다는 한 쪽이 이기기 위해 서로 맞서는 느낌이 더 강하기 마련입니다. 야구는 이미 정해져있는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이 게임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지금 이 게임을 하는 게 좋을 거인지 등에 대하여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냥 으레 하듯 하는거죠.

   반면에 피자는 어떤가요? 피자는 언제 먹나요? 일단 내가 배고플 때 먹겠죠? 내재적인 요인에 의한 선택인 것입니다. 내가 원할 때, 내가 피자를 먹고 싶을 때 ‘먹을까?’하고 생각을 하는 거죠. 또 피자를 먹고자 하는 욕구는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행위 전체에 대한 일정한 통제력이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ex: 배가 고프지만 피자 먹기에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성을 피자로 본다면, 성활동을 앞두고 ‘나는 지금 이것을 원하는가’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성활동이 외부에 의한 강제가 아니라 순전히 나의 의지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피자를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에 나는 상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누게 됩니다. 둘 다 만족스럽게 조화롭게 맞춰나가는 과정도 있을거구요. 누군가와 피자를 먹으려고 한다 – 그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대화입니다. 나는 이런 도우를 좋아하고, 이런 토핑을 좋아하고, 특정 식당을 좋아하고 등등 사소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예컨대 나는 페퍼로니가 좋지만 상대는 깔끔한 치즈피자가 좋다고 하면, ‘우리 토핑 반반으로 해달라고 할까?’하고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대화를 통해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관행과 개인의 취향

   다시 야구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야구에서는 반드시 모든 베이스를 찍고 홈으로 다시 들어와 득점을 해야합니다. 그게 야구의 법칙이죠. 2루 쯤 와서 ‘음, 난 여기가 좋아. 여기 있을래’ 같은 소리는 씨알도 안 먹힙니다. 순서에 따라서 1루, 2루, 3루 직고 들어오는게 모두가 따라야 할 관례이자 관습이니까요. 게다가 야구는 사실 모두가 할 수 있는 스포츠도 아닙니다. 이것저것 장비도 필요하고, 근력도 좋아야하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접근성 높은 활동은 아니라는 거죠.

   그에 반해 피자는 누구나 즐길려면 즐길 수 있는 음식일 뿐더러, 기본적으로 먹는 사람의 쾌락을 위해 존재합니다. 수십가지의 토핑과 수천가지의 먹는 방법, 그 중에 틀린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각자가 만족하는 스타일이 다를 뿐이고, 조율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죠. 서로의 피자 취향이 다른 것은 오히려 새로운 맛에 눈을 뜨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며, 결국은 둘 다 충분히 만족하는 피자를 발견하게 되겠죠.

   게다가 목표와 결과에 있어서도 둘은 상이합니다. 야구는 결국 이기기 위해 경기하는 것이고 언제나 승자가 있는 만큼, 언제나 패자가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피자는 그렇지 않죠. 지고 이기고가 없습니다. 그저 그 피자가 맛있었는가, 행복했는가, 나와 상대방은 만족했는가 만이 중요한 사실로 남습니다.

배타적인 야구가 아닌 포용적인 피자처럼

   오늘 날의 많은 성교육 커리큘럼은 이 야구 모델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성애주의적, 성차별적, 경쟁적, 목적지향적이며 배타성까지 지니는 야구 모델에 입각한 성교육은 건강하지 못한 섹슈얼리티와 성 인식을 낳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피자와 같은 모델을 성교육에 도입한다면 어떨까요? 상호만족과 의사소통, 포용력 등을 강조하는 가르침을 통해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욕망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파트너와 이야기를 하고, 궁극적으로는 ‘나의 만족’에 함께 도달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성활동에 임하기 전에 ‘내가 이것을 원하기 때문에’ 라는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성활동에 임하는 동안에는 상대방과 내가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서로가 가장 만족하는 둘만의 레시피를 찾아갈 수 있고, 성적 활동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바가 성취감이 아니라 만족감인 그런 사고 방식과 문화.

   그러니 우리는 섹슈얼리티와 성교육, 섹스 등에 대해 생각을 할 때 피자를 먼저 떠올립시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위하여!

ⓒ Gina Park

Produced by Eve condoms

글쓴이

EVE

안녕하세요? 건강과 자연을 생각하는 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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