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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점유율 1위를 차지한 2004년 이후로 단 한 번도 최강자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으며, 오히려 나날이 점유율이 올라 현재 80%에 육박하는 사용자를 거느린 대한민국 제 1의 포털 사이트이다. 무언가를 궁금해 하는 한국인이라면 나이를 불문하고 한번쯤은 네이버를 통해 검색을 한다. 네이버는 국내에 파급되는 정보에 대해 상당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막강한 영향력만큼이나 개개인의 인식과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 또한 분명 작지 않다. 그러한 측면에서 네이버의 청소년보호정책(현재 시점 기준)이 과연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청소년과 성적 권리

청소년 유해물건 고시(고시 제 2013-51호)에 따르면 돌출형, 사정지연형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한 일반 콘돔은 성인 뿐만 아니라 청소년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은 13세 이상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판례상 인정하고 있다. 애초에 청소년의 성관계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도 우습지만(이건 마치 법적으로 혼전순결을 지켜라 마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어쨌든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의 법은 미성년의 성적 활동에 대해 예상보다 포용적이다. 청소년의 성관계를 장려하진 않더라도, 하게 된다면 최소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피임기구를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네이버와 같은 거대 포털이 이런 법적 맥락을 전혀 무시한 채 혼자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콘돔에 대한 정보 제한

지금 바로 실험해봐도 좋다. 네이버에 ‘콘돔’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 몇 개밖에 뜨지 않는다. 유용한 정보는 전부 다 차단되어 있으며, 실질적인 정보를 더 보기 위해서는 성인인증을 거쳐야 한다. ‘콘돔 끼는 법’, ‘콘돔 사용 방법’, ‘콘돔 구매’ 등 어떠한 루트로 검색을 해도 ‘콘돔’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린 인터넷 캠페인이라는 명목 하에 정보가 걸러진다. 블로그나 지식in 등 사용빈도가 높은 검색결과는 제한되며, 검색 결과 더보기를 클릭해도 지식백과에 등재된 정보는 두루뭉술하기만 하다. 가장 직관적이고 가장 핵심적인 정보는 없다. 네이버의 현행은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성인 인증을 해야만 콘돔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콘돔이 성인용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을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법과는 별개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콘돔을 일종의 문란함의 상징물처럼 이미지화한다. 무엇보다 정보를 제한하는 시스템 자체가 청소년의 콘돔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기 때문에 그들이 안전하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집행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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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어느 청소년이 안전한 성관계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대충 콘돔이라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친구들한테 들었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쓰는 건지, 어디서 사야 하는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부모님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선생님한테 물어볼 수도 없으니 검색을 해본다. 그런데 전부 이상한 뉴스기사뿐이고 내가 알고 싶은 건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더 알고 싶으면 성인인증을 해야 한단다. 사실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있기 때문에 성인인증을 하면 되긴 한다. 그렇지만 그 일말의 죄책감. 나에게 금지 되어있는 일,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 그 부정성은 청소년에게 각인된다.

청소년이 스스로 안전한 성관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지하고 준비하는 것은 한없이 부족한 성교육을 제공하는 성인들이 청소년들에게 무척이나 고마워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네이버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답시고. 그들이 말하는 유해정보란 아래와 같다(검색광고 검수기준).

1. 성인용품
▶ “청소년유해물건 목록”에 등록된 성기구(5종)
▶ 특수한 목적 여부를 불문하고 임신조절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콘돔
▶ 남성용 성기 확대 기구류, 기타 성기 단련 기구류
▶ 기타 성행위 시 사용되는 물품

2. 의료기기
▶ 특수한 목적 여부를 불문하고 임신조절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콘돔
▶ 남성용 성기 확대 기구류
▶ 기타 성인용품 중 의료기기로 지정된 기구류 등

청소년이 법적으로 보장 받은 권리에 따라 콘돔에 대한 정보를 열람하겠다는데, 네이버는 도대체 어떤 근거로 콘돔이 전면적으로 유해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일까. 성적 자기결정권은 있는데 피임기구에 대한 알 권리는 없는 건가? 네이버의 현행법은 마치 “청소년들은 콘돔을 알지도 말고, 묻지도 말고, 사용법도 궁금해하지 말고, 사용하지도 말라”고 하는 것 같다. 보호라는 명목 하에 오히려 보호받지 못한 성관계(Unprotected Sex)로 내쫓는 것이다.

네이버 뿐만이 아닌 국내 포털 전체의 문제

네이버에 이어 제 2포털 사이트인 다음도 검색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콘돔을 검색하면 ‘청소년에게 적합하지 않은 검색결과를 제외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최상위에 노출된다. 그 아래에는 콘돔 제조사 등의 공식 사이트와 콘돔의 사전적 정의, 영화, 책 등의 정보뿐, 콘돔 사용에 관한 직접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외산 SNS의 유입과 함께 쇠락해가는 네이트 조차도 검색결과가 다음과 유사하다.

국내 포털을 떠난 한국인들이 정착한 구글은 어떨까. 구글에서 콘돔을 검색하면 포르노그라피 등의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실효성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제한이 거의 없다. 단적인 예로, ‘콘돔 사용법’이라는 검색을 하면 최상위에 착용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 이미지 자료가 노출된다.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그 검색을 한 사람이 필요로 했던 정보를 바로 전달하는 것이다. 동일한 검색어에 대해 ‘검색결과가 없다’고 대답하는 네이버와 다음 등의 포털과 굉장히 상이함을 알 수 있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청소년 보호 정책

네이버는 청소년을 유해한 정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의 유해물에 대한 무분별한 기준이야말로 청소년에게 유해하다. 청소년들에게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안전한 섹스를 위해 콘돔을 사용할 권리가 있고,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자유로이 정보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 네이버는 콘돔을 유해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청소년들과 성인 모두에게 콘돔이 성인용품이라는 옳지 않은 인식을 심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마땅히 알아야 할 정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여 안전한 성관계를 막고 있다.

네이버 월간 검색 통계(PC + 모바일, 최근 한달)를 보면 콘돔 끼는 법은 2020회, 콘돔착용법은 2373회, 콘돔사용법은 무려 6843회이다. 청소년도 성인도 정확한 정보를 위해 검색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이거다. 청소년이 ‘나도 콘돔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또 콘돔을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그런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 정보를 현재 네이버는 보여주지 않는다. 여성가족부가 실행한 2012년 청소년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경험을 한 청소년들의 첫 성경험 연령대는 약 15세라고 한다. 또 그 중 약 60퍼센트는 피임을 하지 않고, 4명 중 1명은 임신하거나 임신하게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정보 제한과 이 통계가 무관할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포털 사이트로서 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쓴이

EVE

안녕하세요? 건강과 자연을 생각하는 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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